사막
사막의 생명체는 고양이가 앞발을 핥듯 부속지 중 하나를 자신의 기다란 꼬리-머리에 가져다 대어 핥다가 순간 나를 감지한 듯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나도 숨을 죽인 채 그것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둘 다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로 오랫동안 자세를 유지했다.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나는 다시 조심스레 그것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굳은 듯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던 그것은 순간 수많은 실-다리로 모래를 박차고 반대편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그것을 쫓아 골짜기를 가로질렀지만 냇물에 발이 묶이고 말았고, 모래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나에게서 멀어지는 그것은 내가 물을 다 건너기도 전에 언덕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기억의 잔상이 남아있을 때 사막의 생명체를 수첩에 그리려 했으나 그것의 표상은 내가 지금껏 봐온 어떠한 것과도 달라서 단어로만 연상될 뿐, 어느 부위도 기억하거나 그릴 수 없었다. 나는 크게 낙심했지만 이내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상기하고 냇물에 목을 축인 후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