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es 1

by Gongmin · 2026

가장 어릴 적 기억은 계단 신주에 머리를 박은 일이다. 잠깐 한국에 살 때의 일. 너무 어려서 나머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신기하게 병원에 갔던 일도, 수술로 상처를 봉합했던 일도, 그 이후에 다소 지난했을 치료 과정도 생각나지 않지만 계단에 머리를 박기 전의 기억은 생생하다. 생생. 탱글탱글. 나는 작은 몸으로 계단에 앉아서 차가운 신주를 만져보다 머리를 박아야지 하고 생각했다(라고 기억함).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아직도 의문. 뭔가 답답했던 것 같기도. 현재 번역중인 테리 크루스 소설에 망치 노루발에 미간을 찍혀서 평생 헬멧을 쓰고 벽에 머리를 박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이가 나오는 장면을 번역할 때마다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오른다. 아파트 계단실의 냄새도 난다. 콘크리트 냄새. 피가 철철 흘렀던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헬멧 신세를 피하게 되었는지 궁금할 뿐. (피가 나서 봉변을 면했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