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by Kumo · 2026

4.11. 2026
Subject:

공민에게,

여긴 지금 매우 조용하고, 하늘엔 별이 가득해요. 공민이 보고 있는 별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건 그곳의 별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에게 그건 휴식을 의미하지만, 나에게 그건 곧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라는 거예요. 거긴 지금 몇 시인가요?
나는 최근에 아주 재미있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건 게임에 관한 글쓰기를 청탁받은 건데, 제안을 받자 마자 공민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공민은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을 번역하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항상 만날 때마다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정말 배울 점이 많다고 느끼거든요.
나에게 게임이 가지는 의미는 조금 달라요. 나는 게임을 해본 적이 없지만 그걸 멀리서 동경하죠. 게임을 하는 사람도 동경하고요. 나에게는 정말 너무나도 큰 자극이라 쉽게 손을 댈 순 없었지만요. 누군가 나에게 게임이라 하면,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벌들의 게임이에요.
최근에 그런 연구를 읽은 적이 있어요. 꿀벌들은 공을 가지고 논다고요. 여가 행동, 즉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저는 그것이 아마 벌들이 집단 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사는 곳 주변에 더 많이 살고 있는 단독성 벌들, 꿀벌보다 색도 화려하고, 크기도 다양한, 둘씩 또는 작은 가족 단위로 생활하는 벌들은 꿀벌과 같은 놀이를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요. (공민은 벌에 관심이 많으니 한번 이것을 주제로 연구를 해 보는 것은 어때요?)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고양이에 대해 쓴 책을 읽고 나서에요. 로베르 드 라로슈라는 사람이 쓴 고양이 ABC라는 책이었는데, 로베르 드 라로슈는 <검은 고양이>, <꿈의 거울>, <고양이 계절>, <토토의 말>, <두 손과 네 발을 가진 이야기>, <대고양이사전>, <고양이의 짧은 역사>, <베니스를 살린 고양이들>, <로마의 고양이들>, <내 고양이>, <사용자 매뉴얼>, <베니스의 고양이>, <고양이의 말>, <전설 속 고양이들>, <고양이의 비밀스러운 역사>, <나보다 더 고양이>, <베르크루이스의 고양이>, <고양이 ABC>, <각자의 고양이: 역사, 언어, 예술 속의 고양이>, <고양이 문화의 모든 것>, <영적 전통 속의 고양이> 등의 저서를 쓴 사람이에요. 이 정도면 고양이학 박사로 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최근 프로필 사진에서는 앵무새와 함께 사진을 찍으셔서 의외이긴 하지만, 이 분은 고양이 ABC에서 고양이 놀이에 관해 이렇게 말해요:
“고양이가 장난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이 동물에게 놀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기란 무척 어렵다. 왜냐하면 놀이 속에 모든 행동양식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비기, 발짓, 발길질, 물기 또는 위협 같은 사회적인 행동, 뒹굴기나 짝짓기 같은 성적인 행동, 포획이나 포식 등의 행동을 모두 포함한다. 놀이의 본질적인 특징은 다른 행동과 달리 명확한 목적이 없다는 것과 소비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이건 놀이가 사는데 필요한 여러 기술을 배우기 위한 행동 양식이라고 들려요. 특히 사회적인 행동을 배우기 위함이라는 게 재밌죠. 놀이 행동은 사회적인 동물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것 같아요. 무엇을 해야 하고 하면 안되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니까요. 비고츠키의 인지발달 이론이랄까. (저는 베이스가 교육학이라 이런 식으로 늘 접근을 하게 되네요.)
근데 꿀벌이 놀이를 한다면, 단독성 벌의 놀이행동과 비교하는 게 정말 유의미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얼마나 정교한 사회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놀이 행동에 차이가 나는지를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차이가 있다면 말이예요. 반대로 단독성 벌들도 비슷한 수준의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그건 뭐를 의미할까요? 그러면 저는 그것이 모계 중심 사회라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잠깐 생각을 해봤어요. 단독성 벌도 엄마 중심으로 돌아가니까요.
단독성 벌에 대해 누군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꿀벌의 중요성을 반박하는 글이었는데, 이 세상은 거대한 군집이 아니라, 소외된 소수의 소박한 활동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거라고요. 중요한 수분매개자인 단독성 벌은 꿀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정작 메이저인 꿀벌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웠던 거죠. 하지만 단독성 벌은 경제성이 없잖아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호하는 것은 아직까지 돈의 논리에 제대로 편입되지 않는 것 같아요.
게임에 대해서 공민과 메일을 주고받고 싶어요. 우리 메일 대화 주제에 게임을 추가하는 건 어떨까요?
마음을 담아,
쿠모가